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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식 위로
기사를 쓰기 위해 다양한 책을 읽다 보면 두 분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만, 시간을 많이 들여야 분명해지는 책과 너무 술술 읽혀서 시간이 얼마 안 걸리는 책입니다.
오랜만에 책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현기증이 나는 책을 만났습니다. 너무 술술 읽혀서 이 책이 금방 끝날까 아쉽기만 한 책을 만났습니다.
『사랑에 답함』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시인 나태주가 고백하는 ‘사랑’에 관한 산문집입니다. 시인에게 사랑은 인생과 같아서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실체가 잡히지 않고 아무리 반복해도 서툴고 미숙한” 것이라며 ”무정의 용어로 생각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합니다. 이 책의 부제가 “인. 생. 사. 색”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인은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니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봐야만 합니다. 시인의 시들이 간결하지만 단단하고, 단단하지만 부드럽듯이 이 책에서 들려주는 시인의 목소리도 한없이 따뜻하며 특유의 위로, 그러니까 내태주식 위로를 건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위로가 그렇게 힘이 되는 건 왜일까요?
시인이 한 글자 한 글자 쓴 오십여 편의 글들은 어쩌면 일기 같고, 때로는 기도문 같습니다. 사랑이라는 인생의 대주제를 시인은 풀꽃처럼 누구나 볼 수 있는 생활 언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삶의 막막함, 생과 사를 오가는 순간들, 결핍과 실패로 괴로워한 기억을 나직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그 나직함이 어쩜 그렇게 울림이 있게 다가오는지. 맑고 따뜻한 그의 이야기들은 소설처럼 힘이 있어 페이지를 넘기는데 속도가 붙습니다.
은행원이 되어 돈을 실컷 세고 싶었으나 43년이나 교사로 일했던 현실, 상실과 질병으로 씨름했던 순간들이 시인의 자양분이 된 이야기들.
결핍과 아픔으로 가득한 줄 알았던 삶에 사랑과 위로의 목소리들이 있었고, 자신이 믿는 신과 사랑하는 이들의 격려와 응원들이 곳곳에 있었음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책머리에 나눈 그의 글이 진실하고 소탈하여 짧게 실어봅니다.
30대 중반부터 아내를 따라 가까운 교회에 출석하긴 했지만 다만 일요일신자, 크리스마스 신자에 불과했다. 60대 초반에 죽을병에 한 번 걸렸다 풀려난 아래 하나님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영생에 대한 신념이 생기긴 했으나, 앓을 때 가졌던 붉고도 뜨거운 마음을 나날이 잃어가며 사는 형편이 되었다. 사람 마음이 그렇게 굳지 못하고 간사하기조차 한 것이다.
<중략>
종교적인 내용이나 경험에 자신이 없는 나는 그저 나 자신의 이야기, 살아온 인생에 대한 생각을 중심으로 책을 쓰기로 했다. 다만 주제를 ‘사랑’에 집중하여 쓰기로 했고 책 이름도<사랑에 답함>으로 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슬그머니 서투른 종교 이야기도 조금 묻어 나오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에서 시작한 일이다.
아무렴 어떨까요. 나태주식 위로는 따뜻했고, 그가 책 표지에 실은 “당신의 앞날에 부디 내가 믿고 사랑하는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빈다”는 그 한 문장은 그가 말하는 사랑, 시인의 진정성을 보여주기에 그저 충분이라고 답하고 싶어집니다.
이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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