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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Road)에서 로드(Lord)>
갯골 생태공원길에서
수도권에서 갯골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이제는 거의 없습니다. 과거 식량이 절대 부족했던 시대의 가치는 쌀이 최고였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식량을 증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최우선 가치였습니다. 따라서 갯벌이 가지고 있는 실제 가치를 모른 채 그곳을 개간하여 쌀을 생산할 수 있다면 망설일 어떤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서해 바닷가의 갯벌을 개간하거나, 1970년대 이후에는 매립하여 공단을 만드는 것을 국가 시책으로 시행함으로써 수도권에서는 갯벌을 만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개간과 매립으로 논이나 염전이 되고 공단이 된 대표적인 곳이 시흥시 호조벌과 그 주변에 만들어진 간척지와 염전이고, 이웃한 인천시 남동공단입니다. 그중에서 시흥시와 인천 남동구 관할 지역에 폐염전으로 남아있던 부지를 개발하더라도 공공성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겨우 내륙과 연결된 갯골을 공원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시흥시의 갯골공원이고, 인천 남동구의 소래 습지생태공원입니다. 갯골과 습지생태공원은 일반적으로 걷는 길과는 다른 분위기와 환경입니다. 일단 길이 모두 평지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갯골과 습지생태 공원에 깃들거나 나그네로 잠시 머물고 있는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시흥시와 인천시 사이에 조성된 공원이다 보니 마치 도시에 둘러싸인 중간 지대에 있는 넓은 쉼터 같은 분위가 특별합니다.
어디서부터 걷기 시작하든 체력과 시간이 되는 만큼 걸으면 됩니다.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곳도 있고, 평지에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높은 전망대도 있으니 올라가서 주변 정경으로 파노라마로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저녁나절이면 인천 소래와 송도 쪽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해넘이와 멋진 노을이 특별한 곳입니다.
갯골과 생태공원에서는 다양한 수변에 서식하는 농게를 비롯한 방게, 칠게 등 게들과 짱둥어, 민챙이와 같은 생명체들과 노랑부리저어새, 청둥오리, 도요새 등 다양한 새들과 조우할 수 있는 특별한 곳입니다. 그런가 하면 갯벌이나 기수지 역에 사는 염생식물과 수생식물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도 이 길을 걸으면서 만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평지이다 보니 조금 밋밋하다고 생각된다면 주변에 낮은 산들도 좋습니다. 그곳으로 이어지는 길을 잡아 올라가면 해발 100미터도 되지 않지만, 호연지기를 경험할 수 있기에 기꺼이 올라보아야 할 곳입니다. 많이 힘들이지 않아도 접근성이 좋고, 오르기에도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 곳이니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곳에 있던 염전은 일제 강점기인 1937년 조성되었던 곳입니다. 염전을 조성하면서 갯벌이 1차로 매립이 되었고, 해방 이후에는 쌀 생산을 위해서 나머지 갯벌을 개간해서 논으로 만들었던 곳입니다. 그리고 지금 소래포구가 왜 생겨났는지? 그리고 수인선과 소래역이 왜 만들어졌는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있어서 아픔을 헤아릴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입니다.
그렇게 걷다가 쉼을 필요로 할 때 조용히 찾아들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전국이 카페 천국이 된 상황에서 쉼과 함께 커피로 기쁨을 얻고 나눌 수 있는 곳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갯골과 생태공원을 걷고 오봉산을 넘어서면 아파트 주변에 작은 주택가 상가에 자리하고 있는 <두손커피>라는 카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요즘 카페는 기업형이 대세라고 할 만큼 대형화 되었고, 단지 커피나 음료만이 아니라 오히려 빵공장이라고 할 만큼 빵이 주류를 이루는 형국입니다. 그러다 보니 공간이 커지고 넓어져서 우리나라 한 카페의 규모가 세계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입니다.
그러나 카페가 커지는 것과 비례해서 커피의 맛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핸드드립을 대신할 기계를 개발해서 사용하기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대량으로 한 번에 내릴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해도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커피를 매개로 한 만남입니다. 커피를 내리는 주인장과 단지 커피를 소비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동행하는 삶을 함께하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만남은 결코 기대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 <두손커피>에서는 어찌 보면 현실을 역행하는 듯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전체 좌석 수가 무릎을 맞대고 앉아도 10여 명이 앉을 만한 공간 밖에는 없습니다. 당연히 손님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주인장과 공유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영업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기꺼이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슬그머니 주인장도 이야기에 동참하게도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주인장 부부의 커피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입니다. 매장을 키우기 위한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공부하는 모습이 언제찾아도 기대하는 맛을 누릴 수 있습니다. 커피에 진심인 주인장 부부를 생각하면서 커피가 고픈날이면 나도 모르게 발길이 <두손커피>로 향하게 됩니다.
이종전 목사 (어진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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