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의 끝, 여름의 초입에 만나는 국악
남산에 위치한 국립극장에는 여러 개의 극장이 있습니다. 대극장인 해오름 극장, 중극장인 달오름 극장, 소극장인 별오름 극장과 야외무대인 하늘극장까지. 매 시즌 다양한 공연들로 꾸준히 많은 관객을 만나온 국립극장은 2년 단위로 레퍼토리를 개발해 왔습니다. 이번 2024-2025년 시즌 공연 중, 5월과 6월에 만나볼 수 있는 국악 레퍼토리 공연을 소개합니다.
소소 음악회(5월 30일-31일)
이 공연은 ‘국악 입문 맛집’으로 정평이 난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소년 소녀를 위해 만들어진 청소년 맞춤형 국악 콘서트입니다. 2021년 초연 당시 교과서 속 박제된 음악에서 벗어나, 보고 듣는 재미를 두루 갖췄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이기쁨 연출이 새롭게 합류해 음악간 유기적인 이야기 구조를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웅장한 국악 오케스트라 연주에 감각적인 음향, 스펙터클한 조명과 영상이 어우러져 들을 소리와 볼거리가 풍성하고, 그야말로 ‘콘서트’를 즐기는 느낌으로 국악을 접할 수 있습니다. 소년 소녀들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는 재미있는 공연을 지향하여, 청소년들을 국악의 길로 이끄는 공연입니다.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6월 7일 - 6월 14일)>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을 동시대적 감수성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으로, 초연 후 2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찾아왔습니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가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자신의 살 1파운드를 담보로 돈을 빌리면서 시작되는 원작을, 대자본에 대항하는 젊은 소상인들의 이야기로 풀어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극본을 맡은 김은성 작가는 원작의 베니스 무역업자 안토니오는 젊은 소상인 조합의 리더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노회한 대자본가로 바꾸는 등 원작이 지닌 시대 배경과 종교적·인종적 편견을 과감하게 거둬내고, 사랑과 정의, 자비와 우정 등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에 초점을 맞춰 재창작했습니다.
여기에 우리 고유의 언어와 소리를 더해 서양 고전을 창극으로 풀어낸 점이 흥미롭습니다. 2년 전에도 서양 고전과 한국 판소리의 조화를 통해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작창가 한승석은 다양한 장단과 음계·시김새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이야기 사이사이를 촘촘히 채웠고, 창극 작곡을 맡은 원일은 국악기와 서양 악기가 어우러진 전자음악을 조합해 작품의 몰입을 끌어올립니다. 이처럼 공연계 거장들과 국립창극단이 의기투합한 대형 프로덕션으로, 48명의 출연진이 시원한 소리와 후련한 웃음 한바탕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한편, 무대는 사랑과 자유가 충만한 환상의 섬 ‘벨몬트’와 냉혹한 법이 지배하는 현실의 ‘베니스’가 극명하게 대비되도록 꾸며집니다. 대극장 무대를 가득 채울 약 3만 송이의 꽃과 6m 길이의 거대한 범선, 인도의 전통의상 ‘사리’에서 영감을 받은 화려한 의상이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등 판타지적인 무대 미학이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한아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