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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와 한 남자 그리고···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The Legend of 1900)>은 1998년에 개봉한 이탈리아 작품으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연출한 작품입니다. 영화 음악의 거장인 엔니오 모리코네가 음악을 담당했으며,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와 감성적인 스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은 명작입니다. 유수의 영화상을 받고, 특히 국내에는 2002년 개봉 이후 2020년 4K 리마스터링, 2023년 재개봉되면서 세대를 초월한 명작으로 사랑받았습니다. 이 작품의 원작인 <노베첸토>가 대학로의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노베첸토>는 이탈리아 문학의 거장 ‘알레산드로 바리코’ 희곡을 원작으로, 배에서 태어나 33년간 땅을 밟지 않은 전설적인 인물을 다루고 있습니다. 20세기가 시작하는 1900년 1월 1일, 이민자들을 싣고 미국으로 가는 버지니아 호에서 한 아이가 발견됩니다. ‘1900’, 즉 노베첸토라는 이상한 이름이 붙여진 이 아이는 이후 배에서 33년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는 단 한 번도 땅에 발을 디뎌본 적이 없지만, 위대한 피아니스트로 추앙받습니다. 여기서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그는 어떻게 어디서 피아노를 배웠을까? 배에서만 살아간 그가 어떻게 세상의 모든 것을 훤히 알고 있는가? 재즈의 신 ‘젤리 모턴’과 얼마나 멋진 피아노 대결을 보여주는가? 딱 한 번, 육지에 내려보려던 시도는 과연 어떻게 끝나는가? 그리고 그의 마지막 운명은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가… 미스터리처럼 보이는 이 질문들에 그는 어떤 대답을 내놓았을까요.
1인극 형태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오직 한 명의 배우가 11인의 인물을 오가며 연기하는 경이로운 연기 변신을 선보이는 형식이라 개막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즉 한 명의 배우가 화자이자, 천재 피아니스트 ‘노베첸토’, 재즈의 창시자 ‘젤리 롤 모턴’까지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선보입니다. 춤과 음악 그리고 현란한 화술로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고도 강렬하게 표현해야 하니 배우로서는 일종의 커다란 도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오만석, 주민진, 유승현, 강찬 배우가 캐스팅되어 4인 4색의 매력을 뽐냅니다.
한편, 피아노를 형상화한 듯한 무대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마치 노베첸토가 피아노 안에 들어와 사는 듯한 이 모습은 러시아 최고의 무대 디자이너 에밀 카펠류쉬가 구현했습니다. 이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한 에밀 카펠류쉬는 무대 및 의상 디자인에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또한 이 작품에서 가장 핵심적인 매력은 피아니스트의 라이브 피아노 연주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한국 쇼팽 콩쿠르 1위, 틴에이저 콩쿠르 대상 등 다수의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한 실력파 연주자 김여랑과 세계일보 음악콩쿠르 대상, 영산 음악콩쿠르에서 수상한 조영훈 피아니스트가 화려한 연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습니다. 라이브로 듣는 아름다운 재즈 피아노 선율이 더욱 공연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이 작품은 삶이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이들에게, 또한 방향성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또 다른 삶의 목적을 제시하며 잔잔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재능과 우정, 삶과 예술 그리고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88개의 건반으로 만드는 무한한 음악, 무한한 인생’을 향한 찬가를 들려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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