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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살롱>
그래서 불완전한 게 좋다
스즈키 이치로. 우리나라 야구팬들에겐 ‘애증의 인물’입니다. 그것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일본스러운’ 선수였던 이치로는 중요한 국면에 우리나라 야구와 진검승부를 펼치며 승부욕을 일으킨 선수였죠. 현재 미국 프로야구를 완전히 뒤집어놓은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해맑은 야구 소년’의 이미지라면, 이치로는 아마도 ‘자신의 기술을 갈고 닦는 고집쟁이 장인’ 같은 이미지일 겁니다.
그러나 결국 스포츠 선수에게 남는 건 그가 커리어 기간 동안 얼마나 야구를 잘했는가 그리고 별다른 스캔들이 없었는가로 평가되는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 야구팬이 이치로 선수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그는 별다른 스캔들 없이 정점의 실력을 매년 꾸준하게 선보였거든요. 저 역시 현역 시절의 이치로는 왠지 정이 가지 않았지만, 은퇴 후 그의 야구 여정을 돌아보면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자국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선수일지라도, 야구 본토 미국 프로야구에서 가서도 그 자리를 다년간 유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이치로, 정말 인정입니다!
그런 이치로가 마침내 미국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습니다. 명예의 전당은 은퇴 후 5년이 지나고 나서야 후보 자격이 주어지는데,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투표로 이어집니다. 투표 권한을 가진 기자들로부터 75%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치로는 몇 퍼센트의 지지를 받았을까요? 전체 394표 가운데 393표를 얻어 무려 득표율 99.75%를 기록했습니다. 그 한 명이 무슨 이유로 이치로의 명예의 전당 입성을 반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놀라운 수치입니다. 이치로, 정말 정말 인정입니다!
그런데 이치로가 명예의 전당 입성 확정 후 던진 말이 예술이더군요.
“1표가 부족한 게 오히려 다행이다. 나름대로 완벽을 추구하며 나아가는 게 인생이다. (만장일치 무산으로) 불완전하니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불완전한 게 좋다.”
사실 만장일치라는 영광을 기대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치로 속마음이야 저희로선 알 수 없지만, 그가 던진 말에서 저는 진심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가 십수 년간 그 자리를 지키며 롱런해온 비결 같은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도달하지 못한 그 지점이 있다는 것. 그래서 낙망하며 지금의 처지를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도달하지 못한 그 지점이 있음에 감사하며 다시 운동화 끈을 묶을 수 있는 태도. 이치로, 정말 정말 인정입니다!
저는 이치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말씀 한 구절을 떠올렸습니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립보서 3장 13-14절, 개역개정).”
노년의 사도바울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빌립보 교인을 향해 던진 고백입니다. 묵직한 이 고백을 통해, 노년의 사도바울 가운데 여전히 들끓는 ‘복음을 향한 열정’ 같은 걸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뤄온 것에 취해서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노회한 사도’가 아니라, 아직 이루지 못한, 이뤄야 하는 영원한 푯대를 향해 ‘소년처럼’ 달려가는 사도바울.
여러분의 2025년은 어떻게 진행 중이신가요? 여러분이 세우신 그 목표로 인해서 여러분의 마음이 설레었으면 합니다. 가슴이 뛰었으면 합니다. 노회한 삶이 아니라, 기왕이면 생생한 ‘소년의 삶’, ‘소녀의 삶’을 사셨으면 합니다. 이치로가 여전히 야구에 대해서 가슴이 뛰는 것처럼요.
소재웅 작가 (『전자슈터 김현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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