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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살롱>
사람의 인생은 정말 알 수 없어요
예능인 서장훈. 아마 요즘 10-20대는 ‘예능인 서장훈’의 선수 시절 모습이 크게 와닿진 않을 겁니다. 물론, 유튜브로 선수 시절 영상을 찾는 건 ‘식은 죽 먹기’일 테지만, ‘선수 서장훈’이 대중들에게 주었던 독특한 질감까지는 알기 어렵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선수 서장훈’의 질감은 ‘예능인 서장훈’과 어떻게 달랐을까요?
나름 서장훈이 현역으로 뛰던 시절을 진하게 경험했던 농구 팬으로서 저는 ‘선수 서장훈=짜증의 대명사’라는 등식을 써보고 싶습니다. 제가 쓴 스포츠 에세이집 <긋 플레이어> ‘서장훈 파트’에는 이러한 대목이 등장합니다.
“그때 그 시절, 난 서장훈의 분노에 분노하곤 했다. 경기 중 그가 보이는 분노는 허재가 보이는 분노와는 무언가 달랐다. 허재가 보이는 분노를 보며 승리를 향한 무서운 열정과 패기를 느꼈다면, 서장훈의 분노는 ‘짜증 부림’으로 번역되곤 했다.”
허재라는 선수에 대한 저의 애정이 담긴 대목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강조하고 싶었던 건 ‘선수 서장훈의 매력 없음’이었습니다. 실제로 서장훈이 서울 지역에 연고를 둔 팀에서 활약하던 당시에도, 심지어 그의 홈구장인 ‘잠실 체육관’에서 경기가 열릴 때도, 그를 향한 야유의 소리가 들리곤 했습니다.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그는 ‘카리스마 보다는 분노’를, ‘열정보다는 짜증’에 가까운 모습으로 팬들에게 기억되어 있습니다. 제가 너무 주관적으로 그를 판단하고 있나요? 물론, 그의 ‘대체 불가 실력’에 대해서 저는 100% 인정함을 미리 밝히고 싶습니다.
얼마 전 나영석 PD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 나온 그는 가장 부러운 선수로 ‘박찬호’나 ‘박지성’ 같은,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었던 선수들을 꼽았습니다. 그 이야기 이면에는 아마도 자신이 그러한 선수로 팬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예능인으로 살아가는 요즘은 전보다는 사랑받는 거 같다는 행복감도 보였습니다. 앞으로 예능인으로서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서장훈 선수를 보며 저는 ‘아, 사람의 인생은 알 수 없다’는 뻔한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코트를 뛰어다니던 서장훈이라는 선수가 예능인이 될 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요? 그렇게 비호감 선수였던 서장훈 선수가 예능판이라는 생소한 영역에 와서 ‘호감형 예능인’으로 거듭날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선수 서장훈을 보며 별다른 호감을 느끼지 못했던 제가, 예능인 서장훈의 영상은 반복해서 재생하게 될 거라고, 저는 결코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월등한 실력으로 농구 코트 위에서 게임을 완벽에 가깝게 장악했지만, ‘짜증으로 가득했던’ 농구인 서장훈보다 여전히 조금은 서투른 모습으로 동생 예능인 ‘이수근’에게 툭하면 함정에 빠지는 예능인 서장훈이 보기 좋습니다. 훨씬 좋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야말로 ‘인간 서장훈’에게 다가온 가장 커다란 축복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가 지금처럼, 별다른 구설수 없이 롱런하며 ‘선수 시절 충분히 주지 못한, 선수 시절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랑을 차곡차곡 쌓아갔으면 합니다.
그런데 원고를 마무리하며 다시 쭉 읽어보니 ‘이 글을 내가 쓴 게 맞나?’ 싶습니다. 제가 서장훈 선수에 대해 이런 뽀송뽀송한 글을 쓰는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웃음).
소재웅 작가 (『전자슈터 김현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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