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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산책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5-06-24 (화) 11:58 조회 : 316
<로드(Road)에서 로드(Lord)>

남태령 길목에서



조선시대 삼남으로 가는 첫 관문이었던 남태령, 그 이름이 근사하지만 본래의 이름은 아닙니다. 한양에서 삼남으로 가는 주요 길목이었고, 한강을 건너자 처음 맞닥뜨리는 고갯길, 그 이름은 여우고개였습니다. 정조 대왕이 사도세자의 묘소에 참배하기 위해서 수원으로 가는 길에 고개를 넘다가 이 고개 이름을 물었는데, 과천현의 이방 변씨라고 하는 사람이 남태령(남쪽의 큰 고개)이라고 함으로써 그때부터 남태령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사연이야 어떻든 해발 183m에 불과한 고개가 태령(太嶺)이라는 이름을 가졌으니 어깨를 으쓱할 만하지 않을지요. 한계령이 1,004m이니 그 1/6도 안 되는 높이지만 위세는 당당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양을 찾아오던 이들이 삼남길 마지막 재를 넘으면서 느꼈을 ‘다왔다!’ 하는 느낌은 어떠했을까요? 지금은 남태령이 대로로 확장되어서 넘나들기 바쁘니, 그러한 느낌을 느껴볼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만.



남태령은 관악산과 우면산 사이 낮은 곳에 난 길입니다. 이 고개를 중심으로 우면산으로 이어지는 둘레길과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길도 잘 만들어져있습니다. 오늘날 둘레길이니, 자락길이니 하면서 걷는 것은 순전히 운동을 위한 것이 우선이지만, 과거 이 길을 걸었던 사람들은 걷는 것 자체가 일이었습니다. 일이 없이 걷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던 시대의 사람들이 처음으로 이 고개에 이르러서 느꼈을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지금도 남태령 옛길로 들어서면 일부 구간에서 온전하지 않지만, 옛길의 정취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우면산은 서울과 과천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쉽게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이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서울 둘레길 4코스에 해당하는 구간인데, 남태령 방향으로 내려와서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을 수도 있으니 시간과 체력에 따라서 선택할 일입니다. 하지만 남태령 옛길로 방향을 잡는다면 남태령 망루에서 관악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과천향교, 간촌약수터, 인덕원(관악산 둘레길 과천 구간)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면 그 정취를 맞볼 수 있습니다.



길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그 길을 걷는 사람들에 의해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정조 대왕이 지났을 때는 사도세자 묘소를 찾아가는 일이었고, 일반인들은 나름의 필요에 따라서 이 길을 걸었을 것입니다. 요즘은 건강을 위해서 걷는 것 말고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니 홋홋한 옛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기회는 일부러 만들기 전에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혹여 남태령은 알고 있을까요? 남태령을 넘었던 많은 사람을… 저마다 사연과 필요를 따라서 오갔을 것이지만 그중에 기억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의 몇 사람일 뿐입니다. 대부분 모든 사람은 기억조차 되지 않지만 이 길을 걸었을 것은 분명합니다. 저도 최근 어느 겨울날, 몇 번 서울 둘레길 4코스와 그 주변 길을 걸었습니다. 눈이 내린 날이었습니다. 눈 덕분에 깨끗해진 서울 상공이 맑은 날이었습니다. 멀리 동쪽의 잠실부터 서쪽 김포까지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남태령 옛길 과천 방향으로 내려와 47번 국도를 건너면 쉼터가 하나 있습니다. 요즘 카페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외딴섬, 시골 5일장, 산마루에도 카페가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 때문인지 몰라도 하여간 카페는 많습니다. 그러나 제가 걷는 길에서 찾아서 쉼을 얻는 곳은 나름의 기준 내지는 뜻을 가지고 발을 들여놓지요. 그것은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니어야 하고, 가능한 작은 규모, 그리고 주인장의 커피에 대한 특별한 의식, 가능하면 쉼을 얻을 수 있는 분위기 등 어느 것이 충족된다면 노크를 합니다. 하여 첫 발걸음을 들여놓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몇 번의 검색과 경험을 하고 이 글도 쓰게 되지요.



남태령을 내려와 찾아 들어가게 되는 곳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20여 년 동안 한 자리에서 길손을 맞아 커피와 함께 쉼터를 마련해주는 사람이 있어서입니다. 김종석이라는 주인장이 기다리고 있는 <김종석 Coffee>입니다. 대로변이지만 오가는 사람이 적은 한적한 곳에 자리한 카페는 들어서는 순간 커피를 찐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겠다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물론 누구나 찾을 수 있고, 실제로 커피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들어오면 커피에 대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커피를 알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커피를 주제로 많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습니다. 더 관심이 있다면 특별하고 다양한 커피들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길손이 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대로변임에도 일부러 찾아야만 드나들 수 있는 곳이라 언제 찾아도 쉼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라서 좋습니다. 비록 두 발로 걷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47번 국도를 따라서 오가는 기회가 있다면 잠시 들러 쉬어갈 수 있는 곳이기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곳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커피 향이 온몸에 느껴지는 듯 커피의 품종에 따른 고유하고 독특한 향이 살아있는 커피를 맛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종전 목사 (어진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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