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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마한테 배운 건 그래도 사랑이잖아."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고, 아직도 빨간색으로 이름만은 쓰지 못하게 하는 분 있나요? 여기 엄마의 이름을 빨간색 크레파스로 야무지게 쓰고 있는 소녀가 있습니다.
이영숙 죽어라
이영숙 죽어라
소개해 드릴 책 제목이 『죽이고 싶은 엄마에게』입니다. 소녀는 어떤 사정이 있기에 이렇게 엄마를 세상에서 없애 버리고 싶은 걸까요?
책 『죽이고 싶은 엄마에게』는 27년간 ‘알코올중독자의 딸’로 살아온 저자가 지나간 시간을 열심히 곱씹은 기록입니다. 나와 가장 오랫동안 살을 맞대었던 엄마가 나를 가장 외롭게 만든다는 것이 서러워 어린 저자는 다이어리에 빨간 크레파스로 ‘이영숙 죽어라’라고 적었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도 엄마를 성실히 사랑했습니다. 그렇다면 엄마는, 엄마는 어땠을까요?
저자 한시영은 『죽이고 싶은 엄마에게』를 통해 술 냄새 나는 시간을 용감하게 풀어헤쳤습니다. 그러고는 머리를 땋아주던 엄마의 손길에서, 그녀가 퇴근길에 사온 뜨거운 치킨 봉투에서, 그녀가 적어 준 전교 임원선거 ‘출마의 변’ 전지에서 그리고 미처 딸인 자신조차 잊고 있던 모든 순간에 분명히 자리했던 사랑을 찾아냅니다.
엄마를 미워하느라 인생의 너무 많은 부분을 써버린 당신에게, 엄마를 사랑해보려고 너무 오래 애쓰다 어른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이 책을 안겨주고 싶다.
-김민철(작가,<모든 요일의 기록>)
책 『죽이고 싶은 엄마에게』를 읽으며 신기한 것은,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는 처음은 어린 저자와 같은 마음으로 엄마를 미워합니다.
“엄마라는 사람이 어떻게 저래”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저자의 엄마를 조금은 이해하려 노력하게 됩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엄마’를 해냈을까” 이런 신기한 경험은 딸인 저자가 이 이야기를 결국은 사랑으로 꾹꾹 눌러 담아놓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내가 엄마한테 배운 건 그래도 사랑이잖아”라는 답을 내린 저자가 대견해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을 지경입니다.
저자 한시영은 1989년생. 회사에서는 노동자로, 집에서는 두 아이의 양육자로, 남는 시간에는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산다고 본인을 소개합니다.
“평생 이토록 정확하게 사랑하고 선명하게 미워한 이가 있을까.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없는, 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엄마. 우리는 훌륭하게 어울리는 사이였고 불화하는 파트너였으며 환자와 보호자였고 때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그 자신이기도 했습니다.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떠난 엄마는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습니다. 그것들을 끄집어내 필사적으로 그리고 필연적으로 그녀와의 시간을 복기하고 복원하다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쓰고 나니 부족한 언어로 그녀를 쉽게 단정지은 것은 아닌지 겁이 납니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그녀가 삶을 사랑하고 그녀만의 방식대로 살아갔던 모습을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누구에게나 “어떤 형태의 돌봄이 되었든 나를 키워낸 엄마”가 있습니다. 엄마를 죽일 듯이 미워해 보고, 또 누구보다도 성실히 사랑해 본 우리 모두는 이 책에서 결국 사랑의 증거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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