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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산책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5-08-13 (수) 09:20 조회 : 261
<스포츠 살롱>

손흥민이 알려준 인생의 문장들



교훈을 얻기 위해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스포츠 경기를 보게 만드는 힘은 그저 스포츠 경기 자체에 담긴 ‘순수한 투쟁들이 끌어내는 마법’에서 비롯되겠죠. 그런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우리는 특정 경기를 통해서는 ‘평생 마음에 새겨질 교훈’ 같은 것을 얻기도 합니다. 그것을 저는 ‘스포츠가 알려주는 인생의 문장들’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축구 선수 손흥민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손흥민 선수는 마침내, 드디어, 천신만고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프로팀에서 뛰며 들어 올린 사실상 첫 우승컵인데요. 이 자체로도 축구팬들에겐 감동을 주지만, 손흥민 선수의 우승이 감동을 주었던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기다림’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동사에서 비롯되는 감동인데요.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보통 스포츠 스타들은 ‘더 좋은 조건을 향해서’ 혹은 ‘더 강한 팀을 향해서’ 혹은 ‘더 편안한 팀을 향해서’ 결단을 내리곤 합니다. 쉽게 말해, 연봉 더 많이 주는 팀을 향해서, 우승할 만한 팀을 향해서, 나랑 궁합이 잘 맞는 선수나 감독이 있는 팀을 향해서 소속을 옮깁니다. 해당 팬들은 속이 상하거나, 반대로 기분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사실 특별히 비난받을 일도 칭찬받을 일도 아닙니다. 프로의 세계에서 연봉은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제1 척도이며, 팀을 옮기는 결정 권한 또한 선수 스스로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손흥민의 지난 10여년 행보는 좀 특별했습니다. 손흥민의 동료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날 때도 계속해서 팀을 옮기지 않고 자리를 지켰거든요. 손흥민이 팀을 옮기지 않고 팀을 지키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러나 손흥민이 나이가 들어가고 소속팀이 우승 근처에도 가지 못하자 되려 손흥민을 원망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기회가 났을 때 우승할 만한 팀으로 옮겼어야지, 계속 그런 이류 팀에서 뭉개고 있었으니 너가 지금 이렇게 된 거야.’ 제가 좀 거칠게 표현했지만 대략 이런 마음에서 비롯된 원망이었을 겁니다. 한국의 축구팬으로서는 손흥민에 대한 애정이 있으니 이런 원망도 했겠죠. 너가 그 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레전드가 되면 뭐 해? 결국 우승도 못 하고. 그런다고 그 팀이 너한테 고마워나 할 거 같아? 뭐 이런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결국 손흥민이 우승을 한 겁니다. 유럽 프로축구팀들끼리 겨루는 ‘유로파리그’에서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핫스퍼가 우승을 한 겁니다. 참 신기하게도, 우린 스포츠 경기에 몰입하면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도 잔뜩 몰입을 합니다. 손흥민을 아끼는 축구팬들은 우승을 한 손흥민의 감정에 함께 올라탔습니다. 우승이 확정되자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감격하는 손흥민, 동료들과 부둥켜안는 손흥민, 주장으로서 팀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손흥민, 아버지와 감격적인 포옹을 하는 손흥민, 그 모든 손흥민을 함께 느끼며 ‘희로애락의 청룡열차’를 탔던 것이죠.



10년의 기다림. 조금 더 좋아 보이는 팀으로 당장에라도 옮기고 싶었을 순간들을 견디고 버틴 자에게 마침내 주어진 우승컵. 기다리고 기다린 자에게만 주어지는 ‘극도의 희열감’. 축구팬들은 이미 떠난 손흥민의 동료들을 떠올리며 ‘여전히 그곳에 남은’ 손흥민을 향해서 존경과 축하의 마음을 전달했습니다.



기다린다는 거, 정말 어려운 거잖아요. 카페에 가서도 보통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가 생기면 금세 커피를 들고 자리를 이동하는 게 우리 마음이잖아요. 손흥민이라고 왜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에 끌리지 않았겠습니까? 엄청 끌렸을 거예요. 당연히 끌렸을 겁니다. 손흥민의 의중을 다 헤아릴 순 없지만, 손흥민이 택한 건 ‘순간적인 이동’이 아니라 ‘멀리 보는 기다림’이었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버티며 기다린 자’에게만 주어지는 ‘진짜 축하’와 ‘진짜 존경’을 받아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저는 기다림이 늘 어렵더라고요. 카톡 보내놓고 당장 답톡이 오지 않으면 조마조마하고, 내가 sns에 올린 글에 당장 반응이 안 보이면 초조합니다. 그런 저에게 손흥민이 ‘인생의 문장들’을 건네준 거 같아요.



기다리고 기다려보라.

버티고 버텨보라.

지금 이곳을, 지금 이때를 소중히 여겨보라.



손흥민 선수, 고맙습니다.



소재웅 작가 (『전자슈터 김현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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