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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영화를 음미하다>
존 오브 인터리스트
‘존 오브 인터리스트(Zone of Interest)’는 2024년 6월에 국내에서 개봉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역사 드라마 영화로 제76회 칸 영화제 그랑프리 및 칸 사운드트랙 수상작입니다. 또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국제영화상 음향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소장이었던 실존 인물 ‘루돌프 회스’와 그의 가족은 수용소 바로 옆 관저에서 부유한 것을 누리는 일상을 지내고 있습니다. 수용소에서의 참상과 바로 옆 가족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악의 평범성에 스며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 영화입니다.
영화는 나치와 유대인의 구도를 다루지만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스토리텔링을 구사합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고, 보이지 않음으로써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영화 내내 유대인이 박해받는 모습은 단 한 번도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단지 간접적인 음향, 암시, 대화, 연출로만 보여줍니다. 바로 옆 수용소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가해자와 그 가족은 아무렇지 않게 평화를 누리는 일상을 아주 건조한 시선으로 담아내 위화감을 드러냅니다. 여기에 회스가 동식물을 무척이나 아끼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하면서 이러한 위화감은 극대화됩니다.
음향도 이런 부분이 두드러지는데요. 평화로운 가족들의 삶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수용소 유대인들의 아우성, 명령 소리, 발포음 등을 배경음으로 깔아놓았습니다. 장면 중간에는 사람들의 비명과 비슷한 음악을 배치해 특유의 불편하고 무거운 공포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영화 내내 무시무시하고 진저리쳐지는 소음이 디지털 프린트의 저음부를 차지하며 깔리는데, 가장 압권인 부분은 영화가 끝난 후 스태프 롤이 나올 때 배경 음악입니다. 이때까지 조금씩 들려오던 아우성을 한꺼번에 폭발하듯 들려주는 음향은 관객을 압도합니다. 평범하고 화목해 보이는 한 가정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이런 끔찍한 음향을 동시에 들려줌으로 악의 한가운데서도 평범히 지낼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줍니다.
<나무위키 ‘존 오브 인터레스트’ 참고>
영화 중반에 나오는 루돌프의 아내 헤트 비히와 장모 리나가 수용소 옆 정원을 거닐며 나누는 대화는 이것을 잘 보여줍니다.
헤트비히: 루돌프는 쉴새없이 일해요. 집에서도 계속 일해요. 일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리나: 바쁜 벌 같구나.
헤트비히: 맞아요. 엄마는 믿지못할 정도로 강박적으로 일해요.
리나: 너는 괜찮니?
헤트비히: 괜찮아보여요, 저?
리나: 응.
헤트비히: (히죽거리며)루디는 저를 아우슈비츠의 여왕이라고 불러요!
자신의 욕망에 휩싸여서 타인의 고통과 처참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 대화는 인간이 얼마나 악(惡)한 지를 보여줍니다. 성경에서도 인간이 얼마나 악을 평범하게 대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속고 속이고, 죽고 죽이고, 뺐고 빼앗기는 일들의 연속입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의 욕망을 위해 하나님을 끊임없이 이용하려 합니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기도 하고 욕보이기도 합니다. 혼란과 절망의 모습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소망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런 악의 연대기 속에서도 하나님은 인간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신실함을 보여주시기 때문입니다. 악을 평범하게 여기는 이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지만, 그 인간을 사랑하는 하나님은 그렇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소망은 그 십자가의 사랑과 은혜에서 다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크리스천은 악한 세상에서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는 사람들이지요. 그렇기에 겸손해야 하고, 그렇기에 그 은혜를 깨닫고 누려야 합니다. 더 나아가 성령님의 능력으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욕망의 벽을 부수고 그리스도 예수를 닮아가는 삶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김선의 목사 (가까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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